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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마중봉사단 경향신문 스크랩
작성일 : 2013-04-01   조회수 : 859


노숙인 쉼터 이사 봉사단 “우리도 남 도울 수 있어요”


김여란 기자 peel@kyunghyang.com


다세대주택에서 혼자 7년째 살았다. 지난겨울, 이 할머니는 화장실에 가다가 눈길에 미끄러져 허리를 다친 뒤 거동까지 불편해졌다. 최근 전세금 1500만원으로 화장실이 딸린 집을 운좋게 구했다. 그러나 한 달 기초수급생활비 32만원으로 빠듯하게 사는 이 할머니에게 수십만원에 달하는 이사 비용을 구할 방도가 없었다. 이사를 도와줄 친·인척도 없었다. 이 할머니는 “속이 타서 교회에서 40일 기도를 드리고, 다시 100일로 늘려 열심히 기도만 했다”고 말했다.




그랬던 이 할머니가 지난 29일 마음 편히 화장실이 있는 집으로 이사했다. 성동구에 위치한 노숙인 쉼터 ‘24시간 게스트하우스’ 시설 이용자들이 이 할머니의 이삿짐 포장과 운반은 물론, 이사 뒤 간단한 정리까지 도맡아 해결해줬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 집은 들어가는 골목과 현관이 모두 좁아 냉장고 같은 큰 가구를 옮길 때면, 노숙인 쉼터 이용자 5명이 모두 달라붙어야 했다. 노숙인 쉼터 이용자들은 창틀을 뜯어서 가구를 들여놓는 등 이사 과정의 번잡한 일도 모두 처리했다. 김현관씨(48)는 “나보다도 어려운 분들이 살아가고 계신 모습을 보면서 그분들의 삶과 세상에 애정이 간다”고 말했다. 김씨는 모든 가족과 사별하고 재작년 노숙인 쉼터에 들어온 뒤 벌써 6번째 이사 봉사에 참여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 주택가에서 쉼터 시설의 노숙인으로 구성된 이사봉사단이 29일 이삿짐을 나르고 있다. | 성동구 제공

 



       


지난해부터 진행된 이사 봉사 12번에 모두 함께한 이도 있다. ㄱ씨는 사업이 실패한 뒤 신용불량자가 되고, 이혼한 뒤 노숙인 쉼터를 찾게 됐다. 서울에 사는 부모나 전 부인, 아이들에게는 지역에 내려가 일을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는 “오늘 분처럼 독거노인들을 보면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의지가 생기더라”며 “몸이 힘든 일이어도 기분이 좋아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이날 고마움의 표시로 식혜를 대접했다. 할머니는 “없는 아들보다 훨씬 든든한 사람들인데 식사 대접할 여유가 없어 미안하다”며 “본인들도 힘든 상황에서 자원봉사하는 게 쉽지 않은데 더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할머니가 노숙인 쉼터 이용자들의 도움을 받게 된 것은 주변 권유로 구청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 계기가 됐다. 성동구는 지난해부터 홀몸 어르신, 중증 장애인 등 어려운 저소득층 주민들을 위해 운영 중인 ‘행복마중이봉사단’에게 무료 이사를 맡겼다. 행복마중이봉사단은 노숙인 쉼터와 성동지역자활센터 집수리사업단, 적십자봉사단 등에 협조를 요청했다.




노숙인 쉼터 이용자들은 행복마중이봉사단의 특별한 식구다. 노숙인 쉼터에 머무르는 100~130명 중 자원자 5명이 매달 이사 봉사를 위해 나선다. 적십자봉사단 주부 회원도 이삿짐 운반과 정리를 돕는다. 성동지역자활센터 집수리사업단은 이사갈 집의 도배와 장판 교체 등 시공을 맡는다. 이삿짐은 성동구의 동 주민센터 차량으로 운반한다.




노숙인 쉼터의 김석후 팀장은 “이사 자원봉사 뒤 시설 이용자들의 태도가 적극적으로 바뀌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노숙인 쉼터를 방문해 청소 등을 처리해주는 자원봉사자들을 봐도 신경쓰지 않던 이들이, 이사 봉사를 경험한 후로는 먼저 다가가 일을 나눠 한다고 했다. 일반 이사 용역회사로부터 부름을 받아, 이따금씩 돈을 받고 이삿짐을 운반하면서 자립을 준비하는 이도 있다.




고재득 성동구청장은 “이사할 엄두가 안 나 열악한 환경에서 살던 분들을 돕는 동시에, 사회와 단절돼 살아온 노숙인 등이 봉사활동으로 자존감을 회복하고 지역사회에 받아들여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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